파리 센강은 살리고, 영국 템스강은 왜 똥물이 되었나?

 

파리 센강은 살리고, 영국 템스강은 왜 똥물이 되었나?

센강과 템스강을 가른 핵심 차이
  • 파리는 2015년부터 센강 수영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14억 유로 이상을 하수처리 시설에 투자했습니다.
  • 2025년부터 센강 3개 구역이 일반 시민에게 개방됐고 2026년에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 영국은 노후 하수망과 빈번한 폭우성 하수 방류로 오랫동안 심각한 수질 문제를 겪었습니다.
  • 민영화 이후 높은 부채와 배당, 투자 우선순위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비판받고 있습니다.
  • 다만 런던 역시 2025년부터 초대형 Tideway 하수터널을 가동하며 템스강 오염 개선에 나섰습니다.

한여름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에 뛰어들어 수영할 수 있다면 꽤 근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리 센강에서 이런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센강은 1923년 수영이 금지된 뒤 약 100년 동안 시민들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는 강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대규모 하수처리 인프라 개선을 거친 뒤 2024년 올림픽 수영 종목이 센강에서 열렸고, 2025년에는 브라 마리, 그르넬, 베르시 등 세 곳이 일반 시민에게 개방됐습니다. 2026년 여름에도 세 구역이 다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같은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하천인 영국 템스강은 다른 문제를 보여줬습니다. 2024년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보트레이스 구간에서는 높은 대장균 수치가 측정됐고, 영국 전역에서는 폭우 때 하수와 빗물을 강으로 내보내는 하수 월류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됐습니다. 두 강의 차이는 단순히 프랑스가 깨끗하고 영국이 더럽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도시가 노후 하수 인프라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관리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습니다.

파리 센강은 어떻게 100년 만에 다시 수영하는 강이 됐을까

센강의 변화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하수처리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장기 인프라 사업의 결과입니다.

파리는 2015년부터 센강과 마른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이른바 '수영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파리시와 프랑스 정부, 주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했고 올림픽을 하나의 목표 시점으로 삼았습니다.

전체 사업에는 14억 유로 이상이 투자됐습니다. 핵심은 강물을 직접 정화하는 장치를 강 안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오염된 물이 센강으로 들어오는 양을 줄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오래된 도시에서는 빗물과 생활하수가 하나의 관을 이용하는 합류식 하수도가 흔합니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적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하수관과 처리시설의 용량을 넘어서게 됩니다. 그러면 도시 침수를 막기 위해 처리되지 않은 물 일부를 강으로 흘려보내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파리는 이를 줄이기 위해 하수처리장의 소독 성능을 개선하고 배관망을 정비했으며 대규모 저장시설을 건설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올림픽 수영 경기가 센강에서 진행됐고, 2025년 여름부터는 일반 시민을 위한 수영구역까지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센강 전체가 언제 어디서든 수영할 만큼 깨끗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허가된 구역에서만 수영할 수 있고, 수질은 매일 검사됩니다. 비가 많이 오거나 유속과 수질이 안전기준에 맞지 않으면 운영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센강을 살린 핵심 시설, 5만㎥ 아우스터리츠 저류조

비가 쏟아질 때 하수를 강으로 버리지 않고 일단 저장했다가 처리하는 것이 아우스터리츠 저류조의 핵심 역할입니다.

센강 수질 개선을 상징하는 시설 가운데 하나가 파리 아우스터리츠역 인근 지하에 만들어진 대형 저류조입니다. 최대 약 5만㎥의 빗물과 하수를 저장할 수 있으며 올림픽 수영장 약 20개 분량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폭우가 내리면 기존 하수관으로 한꺼번에 많은 물이 들어옵니다. 과거에는 시설 용량이 부족해지면 일부 하수가 센강으로 직접 흘러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 저류조는 이 초과분을 먼저 받아두는 거대한 지하 탱크 역할을 합니다.

  • 폭우 때 하수와 빗물을 대형 저류조에 임시 저장
  • 하수관과 처리시설의 순간적인 과부하 완화
  • 오염수가 센강으로 직접 방류되는 횟수 감소
  • 비가 그친 뒤 저장된 물을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 정화

중요한 점은 이 저류조 하나가 센강을 살린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수처리장 소독시설, 하수 연결공사, 가정과 선박의 오수관리 등 여러 사업이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도시하천의 수질 개선은 강물을 퍼내 청소하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하수 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국 템스강은 왜 하수 오염 논란의 상징이 됐을까

템스강의 문제 역시 핵심은 오래된 합류식 하수망과 폭우 때 발생하는 하수 월류였습니다.

런던의 현대적인 하수도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대규모로 건설됐습니다.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시설이었지만 약 900만 명 규모의 현대 런던과 늘어난 포장면적,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까지 감당하도록 만들어진 시설은 아니었습니다.

합류식 하수도는 많은 비가 내리면 빗물과 생활하수가 동시에 밀려듭니다. 하수관이 넘치면 가정과 도로가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CSO'라 불리는 합류식 하수 월류 시설을 통해 일부 물을 하천으로 방출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방류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지나치게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영국 환경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잉글랜드의 storm overflow 방류 횟수와 지속시간은 여전히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고 평가됐습니다.

템스 워터 관할에서는 2024년 하수 관련 오염사고가 470건 발생했고 심각한 오염사고도 33건을 기록했습니다. 영국 환경청 평가에서도 좋지 않은 수준으로 분류됐습니다.

2024년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보트레이스가 열린 템스강 구간을 환경단체가 조사한 결과 대장균 농도는 일부 측정에서 영국의 가장 낮은 등급의 수영장 수질 기준보다 최대 약 10배 높은 수준까지 확인됐습니다. 이 때문에 선수들에게 강물을 삼키지 말고 상처를 보호하라는 별도 위생지침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영국 수도 민영화가 정말 템스강 오염의 원인일까

민영화 하나만으로 모든 오염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높은 부채, 배당, 투자 부족과 규제 실패가 함께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은 공식 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수도·하수 산업은 1989년 대규모 민영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기대 가운데 하나는 민간자본을 이용해 낡은 수도와 하수 인프라에 필요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민영화 이후 실제로 상당한 설비투자가 이루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민영화 이후 수도 회사가 시설에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다른 문제가 쌓였습니다. 영국 하원 환경·식품·농촌위원회는 2025년 보고서에서 수도업계의 잘못된 재무관리와 우선순위, 높은 부채, 환경성과 악화 등을 지적했습니다. 민영화 당시 사실상 부채가 없었던 업계가 이후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고 일부 사업자는 매우 높은 부채비율을 보이게 됐습니다.

특히 템스 워터는 이 문제의 상징이 됐습니다. 높은 부채와 경영난, 잦은 오염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거 배당금과 임원 보수 문제까지 겹치며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규제기관 Ofwat도 템스 워터의 배당 결정이 회사의 실적과 재무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제재했습니다.

  • 노후화된 수도·하수관망
  • 런던의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
  • 집중호우 증가와 합류식 하수도의 구조적 한계
  • 일부 기업의 높은 부채와 취약한 재무구조
  • 투자와 배당, 요금 수준을 조정해온 규제체계의 실패

따라서 템스강 오염을 단순히 '민영화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설명하기보다는 노후 인프라와 부실한 기업재무, 규제 실패, 부족했던 장기투자가 결합한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템스 워터 국유화와 초대형 하수터널, 영국도 방향을 바꾸고 있다

템스 워터의 국유화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며, 현재는 민간 구조조정과 특별관리체제에 의한 일시적 공공 통제가 검토되고 있습니다.

템스 워터는 약 2백억 파운드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으며 2026년에도 심각한 재무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채권단은 부채 일부를 탕감하고 새로운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소비자와 환경에 충분히 유리한 조건인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합의가 실패하면 영국 정부가 특별관리체제인 SAR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이 지정한 특별관리인이 회사를 운영하고 정부 자금이 투입될 수 있습니다. 흔히 '일시적 국유화'라고 표현되지만 정부가 회사를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완전한 재국유화와는 법적으로 다른 절차입니다.

한편 템스강 자체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런던은 약 10년에 걸쳐 길이 25km의 'Thames Tideway Tunnel', 이른바 슈퍼 하수도를 건설했습니다.

이 시설은 기존 빅토리아 시대 하수망이 폭우로 넘칠 때 오염수가 템스강으로 바로 방류되는 대신 지하 터널에 저장하고 하수처리시설로 보내도록 설계됐습니다. 2025년 2월 전체 시스템이 가동됐으며 2026년 6월까지 2천만 톤이 넘는 하수를 템스강으로 흘러가는 대신 가로챘습니다.

즉 지금의 템스강을 계속 '아무런 개선도 하지 않는 똥물'이라고만 표현하면 현재 상황을 놓치게 됩니다. 파리가 먼저 시민 수영이라는 결과를 보여줬다면 런던도 이제 대규모 하수 인프라 개선의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입니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01 센강은 2025년 시민에게 돌아왔다

올림픽을 계기로 진행된 대규모 하수 인프라 개선 이후 파리는 2025년부터 센강 3개 구역을 시민 수영장으로 개방했습니다.

02 핵심은 오염수를 강에 넣지 않는 것

파리는 5만㎥ 저류조와 하수처리 시설 개선을 통해 폭우 때 오염수가 센강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을 줄였습니다.

03 템스강 문제는 여러 원인이 겹쳤다

노후 하수망과 인구 증가, 집중호우, 투자 부족, 기업 재무구조와 규제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04 민영화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민영화 이후에도 투자는 있었지만 높은 부채와 과거 배당, 환경성과 부진 때문에 영국 수도산업의 운영모델 자체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05 템스강도 이미 대규모 개선 중

25km Tideway 터널이 2025년부터 완전히 가동됐습니다. 템스 워터의 미래는 민간 구조조정과 공공 통제 사이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깨끗한 강은 자연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가 만든다

센강과 템스강을 비교하면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대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의 수질은 자연에 맡겨둔다고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와 빗물을 얼마나 제대로 모으고 처리하느냐가 강의 상태를 결정합니다.

파리는 올림픽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빠른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반대로 영국 수도산업은 노후 인프라와 기업 부채, 환경오염, 규제 실패가 누적되면서 훨씬 복잡한 문제를 떠안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런던 역시 수조 원 규모의 초대형 하수터널을 완성했고 템스강으로 흘러가던 오염수를 대량으로 차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수질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두 도시의 비교에서 중요한 다음 장면이 될 것입니다.

결국 깨끗한 강은 소유주가 정부인지 민간인지라는 한 가지 질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 강력한 환경규제, 투명한 기업재무, 지속적인 유지관리라는 기본을 실제로 지키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입니다.

출처

파리시 · 센강 수영구역 및 Plan Baignade 관련 공식 자료

영국 Environment Agency · 2024년 하수 월류 및 템스 워터 환경성과 자료

영국 하원 환경·식품·농촌위원회 · 수도산업 개혁 보고서

Tideway · Thames Tideway Tunnel 운영 및 하수 차단 실적

River Action · 2024 Oxford-Cambridge Boat Race 템스강 대장균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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